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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시대에 사용된 화약 무기 중에 비격진천뢰(飛擊振天雷)라는 것이 있다. 한자어를 풀어보면 날아서 치고 하늘의 천둥소리를 떨친다는 것이다. 조금 더 풀어보면 철파편이 날아와서 목표물을 때리고 천둥소리와 같은 폭발음을 낸다는 것이다. 비격진천뢰는 현대무기로 보면 대형수류탄과 화약과 파편이 들어있는 포탄의 역할을 같이 하는 무기이다.

조선이 사용한 비격진천뢰는 선조 때에 이장손이라는 화포장인이 만든 폭탄이다. 비격진천뢰는 겉모양은 무쇠로 만들어진 둥근 공 모양인데 철구라 부른다. 이 철구의 크기는 지름이 21cm이고 둘레가 68cm이고 무게는 약 23kg이다. 비격진천뢰의 속에는 화약과 철파편이 들어 있는데 이것이 현대무기의 성형파편탄 또는 성형파편수류탄과 유사하다. 이렇게 함으로서 화약이 폭발할 때 화약의 폭발력에 의해 철파편이 주위로 비산하여 공격력을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비격진천뢰는 이 화약을 폭발시킬 도화선이 목곡이라는 원통형이 나무에 감겨져 있고 이 목곡은 대나무통(죽통)속에 들어 있다. 이 죽통은 두에쇠라 부는 마개로 덮혀 있다. 도화선으로 철구 속에 들어 있는 화약을 폭발시키는데 도화선의 길이를 달리하여 폭발시간을 조정할 수 있었다. 

 

 

비격진천뢰는 두가지 방법으로 사용되었다. 먼저 사람이 직접 손으로 도화선의 끝에 불을 붙인 후에 던지거나 성벽 위와 같은 높은 곳에서 아래로 굴리는 방법이 있다. 그리고 두번째는 현자총통과 같이 화포로 발사하는 방법이 있는데 발사할 때 화염에 의해 도화선에 불이 붙고 발사 후 적진에서 일정 시간 후 작동하는 것이다.

비격진천뢰는 임진왜란 시에 많은 전투에서 요긴하게 사용되었고 당시 첨단무기로서 많은 기여를 하였다. 경주성 탈환, 진주대첩, 행주대첩 등에서 이 비격진천뢰가 적에게 공포를 주고 실제 살상효과도 우수했던 것으로 기록되어 있다. 특히 경주성 탈환의 경우에는 왜군이 성내로 날아온 비격진천뢰의 폭발소리에 기절하고 철파편에 사람이 죽으니 무기인 줄 모르고 귀신이 한 짓이라 생각하고 성을 버리고 달아났다는 내용이 징비록에 남아 있다.

비격진천뢰는 중국에서 만들어졌는데 처음에는 진천뢰로만 불렸다. 철구 내부에 철파편이 들어있지 않고 화약만 있어 폭음으로 놀라게 하는 수준이었기 때문이다. 이후 내부에 철침을 넣어 발전된 형태가 금나라에서 만들어지고 이후 원나라에까지 전해졌다. 이와 같이 철구 내에 화약을 넣거나 파편을 넣는 형태의 탄은 유럽에서는 19세기 초에 만들어졌다. 그 이전에는 유럽에서는 단지 쇠구슬 형태의 포탄만 이용되었다. 화약을 처음 만든 중국권에서 탄두에도 최초로 화약을 적용하고, 단지 화약에 의한 폭발과 화염효과 뿐만 아니라 그 효과를 극대화할 철파편까지 들어가는 신무기를 먼저 개발한 것은 당연하다 할 것이다. 그런데 이러한 앞섰던 화약무기 기술을 가지고도 19세기 말에 유럽의 제국주의에 무너진 것은 아이러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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